내가 어렸을 때는 '치킨'이라는 말 보다는 '닭고기', '통닭' 같은 말이 일반적으로 사용됐다. 닭고기를 튀겨 파는 가게는 통닭집이라 불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치킨'이란 말이 사용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닭고기'를 뜻할 때는 의례 '치킨'이란 말을 사용한다.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데 앞장서야 할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쇼 프로그램, 뉴스 할 것 없이 모두 '치킨'이란 외국어를 사용한다.
우리말은 빠른 속도로 영어로 오염되고 있다. 사람들은 '팩트'가 어쩌구 저쩌구 말하고, '고객의 니즈'가 어쩌구 저쩌구 말하며, '리얼리티'가 어떻다고 말하기도 한다. '팩트'는 '사실'로, '니즈'는 '필요'로, '리얼리티'는 '사실성'으로 쓴다고 해서 원래 말하려는 뜻을 나타내기가 어려울까? 예를 들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닭고기' 또는 '통닭'이라고 말하면 왠지 촌티나는 것 같고 '치킨'이라고 해야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바보상자에 나오는 정치인들이 '사실'이라고 말해도 되는데 굳이 '팩트'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좀더 유식해보이고 싶어서, 좀더 잘나 보이고 싶어서.
예전에는 국한문을 혼용하거나 적어도 병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국어 단어의 70%가 한자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한자로 써놓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태로라면 한 세대쯤 지난 다음에 국영 혼용 또는 병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국어 단어의 OO%가 영어 단어로 되어 있으니 영어를 병기하지 않고는 정확한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분별없이 영어 단어를 섞어쓰며 말하는 것은 별로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잘난척 하는 재수없는 인간으로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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